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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양궁 절대 안 합니다" 모든 걸 쏟아부은 기보배, 27년 선수 생활 '마침표'

“활시위는 제가 당겼지만, 과녁의 명중은 모든 분들의 덕분이었습니다.”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 김보배(36)가 27년간 들었던 활을 내려놓는다. 기보배는 국민들과 스승, 선·후배,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시 태어나도 양궁을 하겠냐는 질문엔 “절대 안 한다”며 웃어 보였다.기보배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7년 처음 활을 잡고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는 도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특히 가족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기보배는 “지금까지 이뤄낸 모든 성과들은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승님과 선·후배, 동료들과 대한양궁협회, 무엇보다 늘 헌신과 봉사로 힘을 줬던 가족들에게도 큰 감사를 전한다. 과녁의 명중은 모든 분들의 덕분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그는 “지난해 힘들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파리 올림픽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과연 리우나 런던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후배들이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이 잘 해낼 거라고 믿고 물러 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돌아본 기보배는 가장 영광스러운 장면으로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결승을 꼽았다. 그는 “런던 개인전 결승, 마지막 슛오프 한 발을 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든 과정이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금메달로 성과가 잘 이어졌다”며 “제 양궁 인생의 큰 반환점이 된 화살이었다”고 했다.반대로 기보배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순간이 있다면 장혜진과의 2016년 리우 올림픽 4강이었다. 아무래도 2연패를 기대하는 분들도 많았고, 저도 2연패에 대한 꿈이 컸다. 그 문턱에서 제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웃어 보였다.선수 시절 그는 올림픽 금메달 2개 등 국내·외 대회에서 따낸 금메달만 94개, 여기에 은메달 50개와 동메달 43개. 그야말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기보배는 “다시 태어나면 양궁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긴장감 속에 살아가야 되는 게 너무 힘들었고, 항상 무한경쟁 속에서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싫었다. 대신 양궁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기자회견 내내 기보배의 ‘눈물 포인트’는 가족들이었다. 그는 남편 성민수 씨와 딸 제인양 등 가족들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기보배는 “지난 2018년 임신 2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비를 맞으며 활시위를 당기던 때가 생각난다. 종별선수권대회였는데 1등을 했다. 출산 이후에 출전했던 2021년 올림픽제패기념 회장기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 그때 받은 국내대회 메달이 올림픽만큼이나 값진 메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어 “하지만 양궁선수를 엄마로 둔 딸은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에 엄마의 곁을 떠나서 지내야만 했다. 주말에만 만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펑펑 울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훔쳤다. 기보배는 “고사리 같은 어린 딸의 손을 뿌리치고 광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의 먹먹한 기억은 지금도 제 가슴을 때린다. 남편은 제 훈련을 위해 육아휴직을 ㅁ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저는 지난해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는 등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고의 기량을 지켜온 것 같다. 이제는 아이의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겠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수 은퇴 후 여정도 밑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양궁 종목이 더 널리 알려져 국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지도자의 길 등 엘리트 체육보다는 생활 체육에 대한 목표를 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는 2년 전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도 병행해 왔다.기보배는 “그간 받은 넘치는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을 이제 여러분께 돌려드리고 싶다. 그게 제가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길이고, 저를 응원해 준 모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 생활체육 발전에 도움이 되고, 양궁의 우수함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어떠한 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우리 양궁이 항상 올림픽 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게 아쉬움이 남았다. 기회가 닿는다면 누구나 양궁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양궁이 올림픽에서만 사랑받는 운동이 아닌 일상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양궁의 저변 확대가 많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양궁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많은 조언을 얻어가면서 준비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자신처럼 ‘엄마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 이 길을 계획 중인 선수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더했다. 그는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언니들을 보면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를 했다”며 “국내 대회에 나가면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허투루 뛰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엄마로서 운동하는 게 팀에 피해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후배들한테 귀감이 될 수도 있고, 발전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기보배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단체전 2관왕, 2016년 리우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혼성단체전 2관왕 등도 달성했다. 이날 기보배는 선수 생활 27년을 기념해 순금 27돈으로 제작한 금메달을 가족들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고, 대한양궁협회가 준비한 꽃다발 등도 받았다.다음은 기보배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 은퇴한 선수들은 아쉬운 점들을 가지고 있더라. 선수 생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돌아보자면.“항상 매 순간 모든 경기에 임했을 때 마음가짐은 '내 안에 모든 걸 쏟아내라. 후회하지 않는 땀'이었다. 많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혜진과 격돌했던 지난 리우 올림픽 4강이었다. 아무래도 2연패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저도 꿈이 컸기 때문에 그 문턱에서 제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반대로 가장 영광스러운 한 장면을 꼽는다면.“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런던 올림픽 마지막 슛오프 한 발을 쐈을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걸렸던 한 발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이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금메달로 성과가 잘 이어졌다. 제 양궁 인생에 있어서 큰 반환점이 된 화살이다. 그때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도 통과해서 이번 파리 올림픽도 도전할 줄 알았다. 최고의 순간에 물러나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은퇴를 결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지난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올림픽을 나갔다. 양궁에서 올림픽을 나가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충과 힘듦이 동반된다. 물론 지난해 힘들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사실 올림픽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제가 과연 리우 때나 런던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제 모교 후배이기도 한 안산 선수가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제 뒤를 이어 줄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잘 해낼 거라고 믿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파리 올림픽까지도 생각을 해봤지만, 사실 대한민국 양궁 대표로 선발되는 것조차도 어려운 문턱이다. 여기에 만족하고 활을 내려놔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기자회견문을 통해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말을 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있나.“대학교 강의를 다니면서 학생들에게 양궁을 알리고 있다. 유소년이나 꿈나무들이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일반인과 꿈나무 학생들이 양궁을 즐겁게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 2세 선수들의 활약이 많다. 딸이 양궁이나 다른 운동을 한다고 하면 시킬 생각이 있나.“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동안 양궁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은 절대 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전국체전을 마치고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가까이 지내봤다. 딸이 나 못지않게 승부욕이 많은 것 같다(웃음). 뭘 해도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한다면, 양궁이든 다른 종목이든 시켜보고 싶은 의향이 있다.”- 곧 파리 올림픽이 다가온다. 올림픽에서 활약하게 될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파리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 도전을 앞두고 있다. 제가 7연패, 8연패를 각각 달성했다. 중압감과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8연패를 달성하고 나서 9연패에 도전하는 우리 후배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나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후배들을 모습을 보면서 이번 올림픽 준비만 잘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뒤에서 후배들 묵묵하게 응원하고 있겠다.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도 생생하게 소식을 전해드리겠다.”- 요즘 엄마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보배 선수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육아도, 공부도 했다. 엄마 선수로서 살아간 게 어떤 의미인가. 그런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언니들을 보면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들을 했다. 아마 소속팀에서도 경기를 뛰면서 육아와 공부를 하는 선수를 좋아하진 않을 거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는 것 같다. 제가 국내 대회에 나가면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허투루 뛰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저를 비롯해 다른 종목에서도 엄마로서 운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팀에 피해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후배들한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 선수들 입장에선 경쟁자의 은퇴다. 은퇴를 알렸을 때 기뻐했던 후배가 있나.“광주시청 선수들은 많은 아쉬움을 전했다. 모교에서 선수하고 있는 후배들, 최미선 선수 등도 그랬다. 제가 졸업했다고 해서 학교에 발길을 끊은 게 아니었다. 학교를 친정처럼 찾아갔다. 띠동갑 넘게 차이나는 후배들에게도 정감 있게 대했던 게 후배들이 친근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기뻐한 후배들보다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말들을 많이 해줬다.”- 다시 태어나도 양궁을 할 생각인가.“다시 태어나면, 양궁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거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긴장감 속에 살아가야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항상 무한경쟁 속에서 내 목표를 꼭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싫었다. 모든 것이 대한민국 양궁 선수로 살아가는 건 힘든 것 같다. 대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양궁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한다.”- 지도자에 대한 꿈은 없나.“엘리트 체육보다 생활 체육에 더 관심이 많다. 우선은 우리 양궁이 항상 올림픽 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생활 체육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실천하고 싶다.”- 생활 체육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은. ‘기보배 양궁클럽’ 같은 것인지.“기보배 양궁클럽, 기보배 아카데미 이런 것도 생각했었다. 그런 것들을 해보려고 생각을 해보니 아직까지 양궁의 저변 확대가 많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양궁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많은 조언을 얻어가면서 준비해 보도록 하겠다.”프레스센터=김명석 기자 2024.02.14 16:53
프로농구

끝날 기미 없는 패배…서울 삼성 '원정 18연패' 최다 타이 기록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언제쯤 원정 경기에서 웃을 수 있을까.삼성은 18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원주 DB에 73-102로 대패했다.삼성이 자랑하는 '대형' 1옵션 외인 코피 코번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3점으로 맹활약했으나 그뿐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부진하면서 팀 야투 성공률이 단 37%에 그쳤다. 3점 슛도 19개를 시도했는데 겨우 2개 성공에 그쳤다.삼성이 원정 경기에서 이긴 건 거의 1년 전 일이다. 마지막 승리가 지난해 12월 22일 고양 캐롯(고양 소노의 전신)전이었다. 이후 원정 경기 18경기를 모두 졌다. 말 그대로 역대급 기록이다. 원정 18연패는 역대 프로농구 최다연패 타이로 대구 동양(1998년 11월10일~1999년 3월13일), 서울 SK(2003년 1월18일~11월29일), 삼성(2021년 10월22일~2022년 2월6일)에 이어 4번째 기록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번 원정 18연패 도중에도 이상민 감독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한 바 있다.당장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울까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삼성은 오는 20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서울 SK와 만난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던 힘을 보여주지 못했던 SK는 18일 수원 KT전에서 102-87로 승리했다. 전역 후 복귀전을 치른 안영준에 힘입어 올 시즌 첫 세 자리 수 득점을 거뒀다. 기세로도 전력으로도 삼성이 밀리는 상대다.최근 연패도 짧지 않다. 최근 7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정규리그 9위(2승 9패)에 그치고 있다.한편 DB의 기세는 여전히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날 DB는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디드릭 로슨이 23분 53초만 뛰고도 24점 12리바운드로 1라운드 활약을 이어갔다. 2옵션 외국인 선수 이선 알바노 역시 26분 27초 동안 21점 12어시스트를 기록했다.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11승 1패를 기록, 2위 안양 정관장(7승 4패)을 3.5경기 차까지 따돌렸다. DB가 올 시즌 유일하게 당한 패배가 정관장을 상대로 나왔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1.18 22:20
프로야구

[KBO리그 40년 The moment] 막내 NC 합류한 시즌, 한화가 '개막 13연패'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했다. 1969년 창간한 일간스포츠는 1982년 프로야구 태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지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프로야구의 성장과 변화 과정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여러 구단의 희비가 엇갈렸고 수많은 별이 뜨고 졌다. 일간스포츠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 역사를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①WBC 대표팀, 충격의 1라운드 탈락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한국은 1라운드가 열리는 대만에서 대만·호주·네덜란드와 B조 경기를 치렀다. 당시 대표팀에는 추신수·류현진·김광현 등이 빠져 2회 WBC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부상 선수들도 여럿이었다. 한국은 네덜란드전에서 4안타 빈공 끝에 0-5로 패하고 출발했다. 호주를 6-0으로 이겼고, 대만전도 3-2로 꺾었으나 득실차에서 밀려 네덜란드에 2라운드 진출 티켓을 넘겨야 했다. ②한화, 역대 최장 개막 13연패 1년 전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는 김응용 감독을 선임했으나 시즌 초부터 부진했다. 3월 30~31일 롯데와 개막 2연전에서 연속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한 뒤 이후 11경기를 모두 졌다. 이는 종전 2003년 롯데의 개막 12연패를 깬 최다 기록이다. 한화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연패를 깼다. 그러나 그해 최하위를 기록해 프로야구 역사상 첫 9위로 이름을 남겼다. ③'막내' NC의 돌풍 1군에서 첫선을 보인 NC는 개막 7연패로 출발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이끈 NC는 점차 강해졌다. 이호준·손민한 등의 노련함, 나성범·이재학·김종호·김진성 등 무명 선수들의 독기, 찰리 쉬렉 등 좋은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어우러져 52승 4무 72패를 기록했다. 덕분에 NC는 한화와 KIA를 제치고 7위로 첫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④이병규, 리그 첫 10연타석 안타 LG 이병규(등번호 9)는 7월 10일 서울 잠실 NC전 첫 타석 우전 안타를 기록, KBO리그 최초로 10연타석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7월 3일 잠실 한화전 2루타부터 시작된 대기록이었다. 대기록 도중인 5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앤디 밴 헤켄, 이정훈, 송신영, 이보근으로부터 안타, 홈런, 2루타, 3루타를 뽑아 역대 최고령 힛 포 더 사이클(만 38세 8개월 10일) 기록도 세웠다. ⑤'월드 스타' 전준우 롯데 전준우는 5월 15일 NC전에서 9회 말 1사 1루 이민호의 공을 강타했다. 홈런을 직감한 그는 배트를 던지고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당당하게 홈런 세리머니를 했는데, 타구가 펜스 앞에서 낙하해 평범한 뜬공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전준우의 세리머니와 머쓱해 한 반응은 MLB.com 등 외신에 소개됐고 그는 팬들로부터 '월드 스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⑥11년 만에 가을 야구 맛본 LG LG가 길고 긴 암흑기를 끝냈다. LG는 9월 22일 창원 NC전에서 이병규의 3점포를 앞세워 6-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71승 49패를 기록한 LG는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매직 넘버를 없앴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LG는 이후 10시즌 동안 4강에 들지 못했다. 2012년 김기태 감독 부임 후 팀 분위기를 쇄신한 LG는 2013년 정규시즌 최종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⑦뒷심으로 만든 삼성 3연패 삼성이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한 삼성은 3위부터 올라온 두산의 기세에 눌려 첫 4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쳤다. 그러나 7차전에서 3안타 3득점을 포함해 맹활약을 펼친 MVP 박한이를 앞세워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 역대 최초 1승 3패 후 역전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삼성은 통합 3연패 대기록을 이어갔다. ⑧신인왕 '딸기' 이재학 돌풍을 일으킨 NC의 사이드암 에이스 이재학이 신인왕에 올랐다. 두산에서 뛰다 2012년 2차 드래프트로 NC로 이적한 그는 그해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다승왕(15승 2패 평균자책점 1.55)에 올랐다. 2013년에는 정규시즌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2위)로 당당히 팀 에이스로 성장했다. 마운드에 오르면 얼굴이 빨개진다며 '딸기'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강력한 구위의 체인지업으로 1군 타자들을 제압했다. ⑨홈런왕 박병호 2년 연속 MVP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정규시즌 3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한 그는 117타점 91득점 장타율 0.602를 기록하며 타격 4관왕에 올랐다. 11월 4일 열린 KBO시상식에서 박병호는 총 98표 중 84표를 얻어 2년 연속 정규시즌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⑩250세이브 오승환 일본 진출 삼성 오승환은 4월 7일 대구 NC전에서 리그 사상 첫 250세이브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데뷔 첫해부터 세이브를 쌓아 올린 그는 2007년 100세이브, 2009년 150세이브에 이어 2011년 200세이브를 돌파했다. 모두 최소 경기 세이브 기록이고, 150개와 200개는 최연소 기록이기도 했다. 프로 9번째 시즌 만에 250세이브를 달성한 뒤 통산 277세이브로 시즌을 마무리한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 2년 총액 9억엔(당시 약 91억원)의 계약했다. 2년 전 이대호(당시 오릭스)가 기록했던 총액 7억원을 뛰어넘는 일본 진출 첫해 최고액 계약이었다. 차승윤 기자 사진=IS 포토 2022.12.29 09:00
축구

중국, 최종예선 최종전도 완패 망신...월드컵 언제쯤 가보나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중국이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하며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중국은 30일(한국시간) 오만에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0차전 오만과 원정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중국은 승점 6으로 6팀 중 5위에 그쳤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겨우 1승(3무 6패)만 챙긴 초라한 성적이다. 최종예선 도중 사령탑 교체도 실시했지만, 분위기를 반전하지는 못했다.이로써 중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4년 뒤로 미루게 됐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이후 20년간 월드컵과 거리가 멀었다. 그동안 중국은 '축구 굴기'를 위해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최종예선 무대를 밟은 베트남에게도 1패를 당했다. 지난달 1일 7연패 중이던 베트남에 1-3으로 패하며 망신 당했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은 중국을 제물로 월드컵 최종예선 사상 첫 승리를 챙겼다. 당시 중국 팬도 자국 대표팀 경기력에 실망감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중국(74위)이 베트남(98위)보다 앞선 데다 중국은 1956년 이후 66년간 베트남전 무패였다.한편 B조에선 1위 사우디아라비아(승점 23)와 2위 일본(승점 22)이 나란히 카타르 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했다. 3위 호주(승점 15)도 카타르행 막차를 탈 기회가 남았다. 호주는 A조 3위 아랍에미리트(UAE)와 플레이오프(PO)에 나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주는 아시아 최종예선 두 조 3위끼리 치르는 PO를 치른 뒤, 승자가 대륙 간 PO에서 남미 예선 5위 팀과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경쟁을 벌여야 한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2.03.30 07:51
스포츠일반

[김기자의 V토크] MZ세대 많은 IBK팬의 가라앉지 않는 분노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주요 팬층인 MZ세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단에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스포츠빅데이터 전문 기업인 티엘오지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팬의 절반 이상(56%)은 보통 MZ세대로 구분되는 20대~30대로 분석된다. 10대는 8%, 40대는 14%, 50대 이상은 22%다. 스포츠 중에서도 고연령층의 선호도가 높았던 배구라는 걸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남성(42%)보다 여성(58%)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화성체육관을 찾은 홈 팬들 중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김희진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매료된 이들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기업은행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고, 서남원 감독이 물러난 뒤 김사니 코치가 대행을 맡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서다.소셜미디어 포스팅 키워드로는 '김희진' '곰돌이' '여자배구' 등이 주를 이뤘다. 김희진이 부상당하고 개막 7연패가 이어졌을 때는 '서남원_사퇴해' '서남원_파면'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엔 '무단이탈' '서남원감독 경질반대'으로 바뀌었다. 정보 수집에 적극적이고,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세대답게 빠르게 분위기가 달라졌다.사실 MZ세대로 분류되는 20대~30대는 한 세대로 보기 어렵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워낙 변화가 빠르고 다양성이 강하다. 하지만 불평등과 공정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 특징이 이번 IBK기업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부실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조송화 문제와 관련해선 징계를 요청하며 한국배구연맹에 짐을 떠넘겼다. 감성한 단장이 새로 임명됐지만 김사니 대행에 대해선 '제재는 내리겠지만, 새 감독의 의지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관대한 입장이다.팬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기업은행 본사와 경기장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구단이 소지품 검사를 통해 막긴 했지만, 피켓과 현수막 등으로 구단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구단을 압박해 올바른 해결방식을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배구계에도 IBK 사태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IBK기업은행은 여자부 7개 구단 중 가장 인기있는 구단이다. TV 시청률(28일 기준) 2위, 시청자수 1위, 포털사이트 동시접속자수 1위다.김사니 감독 대행이 처음 지휘한 23일 흥국생명전에선 V리그 올 시즌 최고 시청률(1.28%)을 찍었으나, 다음 경기인 27일 GS칼텍스전에선 0.78%까지 급락했다. 장기적으로는 배구 팬들의 시선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수치다.프로야구는 시즌 도중 방역 문제, 리그 중단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시청률이 30% 이상 하락했다. 배구 역시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은행이 프로배구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민폐'가 될 수 밖에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1.30 11:18
스포츠일반

조송화는 잔여연봉 받고, 서남원 감독은 못 받는다?

팀을 이탈한 조송화(29)와 결별하기로 한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선수를 내보내면서 잔여연봉까지 줘야할 처지다. 기업은행은 2020년 4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세터 조송화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2억 5000만원(옵션 2000만원 별도). 조송화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가벼운 부상도 있었고, 코칭스태프와 갈등이 있긴 했지만 팀은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두 번째 시즌은 악몽, 그 자체다. 팀은 개막 7연패를 당했고, 조송화는 지난 13일 연습 도중 서남원 감독의 지시에 불응한 뒤 팀을 이탈했다. 조송화는 김호진 기업은행 사무국장에게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김 국장은 "14일 다시 복귀를 권했으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전했다. 16일 광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팀에 합류했지만, 다시 짐을 쌌다. 김호진 국장은 "임의해지 의사를 전달했고, 조송화도 구두로 합의했다"고 했다. 조송화는 20일 마음을 바꿔 팀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조송화를 퇴단시키기로 하고 임의해지 과정을 진행했다. 22일 오후 한국배구연맹(KOVO)에 임의해지 공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KOVO는 다음날 이를 반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개정된 표준계약서에 따른 조항을 준수하지 않아서다. KOVO는 지난 9월 기존 임의탈퇴 제도를 손질해 임의해지로 변경했다. 골자는 선수가 자발적으로 임의해지 서류에 사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임의탈퇴는 구단이 일방적으로 선수들의 징계를 위해 악용되기도 했다. 조송화는 기업은행에 동의서를 내지 않았고, KOVO는 이를 근거로 임의해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은행에게 남은 선택지는 세 가지다. ▲조송화로부터 임의해지 신청서를 받거나 ▲계약해지를 통한 방출 ▲팀 복귀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조송화와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지난 23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두 가지만 남은 셈이다. 기업은행이 원하는 그림은 임의해지다. 이 경우 3년간 조송화는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없고, 잔여연봉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복귀 입장을 드러낸 조송화가 임의해지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상황을 보면 기업은행으로선 계약해지를 하는 수 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계약해지를 하면 구단은 잔여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프로배구단은 1년 연봉을 매달 나눠 준다. 계약기간은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다. 조송화는 FA 계약 당시 2023년 6월까지 다년 계약을 맺었으나, 프로배구는 원칙적으로 매년 계약서를 제출한다. 지금 계약을 파기하면 기업은행은 조송화에게 올해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 7개월분을 줘야 한다. 약 1억4500만원이다. 물론 기업은행이 이를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배구계 관계자는 "조송화의 사례는 구단이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나 소송을 할 수 있다. FA 보상금을 포함해 선수 연봉의 몇 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금액을 요청할 수 있다. 책임이 선수에게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즌 도중 팀을 이탈한 조송화의 행동이 선수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한편 기업은행은 서남원 전 감독의 잔여연봉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자세다. 당초 서 감독에게 내년 4월까지 지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서 감독이 경질 과정 관련 구단의 처사를 비판하자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 감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계약서상으로는 조송화 건과 마찬가지로 기업은행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계약서 내 ‘선수 관리 소홀 및 성적 부진은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구단이 원칙대로 밀어붙인다면 서 감독은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김효경 기자 2021.11.25 12:45
축구

[송지훈의 축구·공·감] 유상철에게, 지휘봉은 아직 이르다

프로축구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가 열린 27일, 축구계 지인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유상철(49) 전 인천 감독과 마주쳤는데, 안색이 좋아졌다는 거다. 유 감독은 지난해 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올 초 감독에서 물러나 항암 치료에 전념했다. 지인이 보여준 사진 속 그의 얼굴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혈색이 돌아와 발그레했다. 황달 증세로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지난해와 딴판이었다. 불과 하루 뒤 이번에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7연패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임완섭(49) 인천 감독 후임으로 유 전 감독이 거론된다는 얘기였다. ‘설마’ 했는데, 상황이 예사롭지 않았다. 급기야 29일 “유 전 감독이 인천 사령탑에 복귀해 다음 달 4일부터 지휘봉을 잡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팬들의 부정적 반응에 놀란 구단이 “유상철 전 감독의 건강이 우선”이라며 선임 의사를 백지화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전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유 전 감독 건강이 호전된 건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그는 힘겨운 항암 치료를 꿋꿋이 버텨냈다. 지난 주말 13차 치료를 끝으로 반 년간의 의학적 처치는 모두 마무리했다고 한다. 치료 초기에는 ‘어지럼증을 느껴 급히 병원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잠잠해졌다. 기대 이상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팬과의 약속일 것이다. 유 전 감독은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건강을 회복해 반드시 K리그 현장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동료였던 홍명보(51)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유)상철이는 힘든 항암 치료 과정에서도 늘 긍정적이었다. ‘건강해진 몸으로 팬 앞에 다시 선다’는 일념으로 견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지만, 아직 몸을 추스르기에도 힘겨운 그에게 지휘봉을 쥐게 하려 한 인천 구단은 비판받아야 한다. 전보다 호전됐다해도 아직 치료가 끝났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 항암 치료 이후에도 힘든 치료가 기다리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 인천 입장에서 ‘유상철 카드’는 연패로 바닥에 떨어진 팀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릴 자극제다. 인천은 지난해에도 “죽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죽겠다”는 유 전 감독의 집념으로 기적처럼 강등을 면했다. 말기 암을 이겨내고 그라운드에 컴백한 사령탑의 성공담은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될 것이다. 인천이 유 전 감독 선임 여부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그의 건강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팀 성적이 계속 부진해서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래서 혹시 건강을 다시 해치는 상황이 온다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나. 그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은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멀쩡하던 지도자가 건강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 같은 인천 연고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염경엽(52)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유 전 감독 또한 성적 부담감이 건강을 해친 요인 중 하나다. 그라운드에 선 유 전 감독을 다시 보고 싶은 건 모두 한마음이다. 다만 ‘완치’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인천은 당면한 성적 부진 때문에, 감동 스토리 욕심 때문에, 한국 축구 ‘레전드’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부디 유 전 감독이 완쾌하거든, 그때는 꼭 그에게 지휘봉을 맡겨라.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2020.06.30 08:30
축구

[김희선의 컷인] '유상철 복귀설 철회' 고뇌 끝에 악수 피한 인천

'유상철 복귀설'이 결국 없었던 일로 마무리 됐다. 끝없는 부진 위기 속에서 고민하던 인천 유나이티드도 악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임완섭(49) 감독과 결별한 인천이 유상철(49) 명예 감독 복귀를 추진했다가 결국 철회했다. 지난 27일 끝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9라운드 FC 서울과 '경인 더비'에서 0-1로 패하면서 구단 최다 7연패(2무) 위기에 빠진 인천은 임 감독과 28일 결별했고 다음날 유 감독 복귀설이 불거졌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강등 전쟁이 한창일 무렵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고, 투병 와중에도 인천 잔류를 이끌었다.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사임한 유 감독은 1월 명예 감독으로 추대됐다. 건강 문제로 팀을 떠나긴 했지만 유 감독은 올 시즌 꾸준히 인천 경기를 찾아 지켜보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최근 전달수 대표이사와 만나 복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의 복귀 의사가 워낙 강력했지만 그 못지 않게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인천 구단도 여기에 공감했다. 사실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인천 내부는 유 감독의 복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유 감독 복귀가 확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항암치료를 모두 마친 유 감독은 대외 활동도 가능하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하며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인의 강한 복귀 의지에 맞물려 건강 상태가 좋아진 점, 지난 시즌 강등권의 팀을 잔류로 이끈 경험과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병마를 이겨낸 유 감독이 돌아와 다시 한 번 팀을 잔류로 이끌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년 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되어 온 인천의 문제는 단순히 감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문제다. 더구나 유 감독은 아직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라 걱정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축구의 세계에서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프로야구 SK 염경엽(52)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경기 도중 쓰러진 게 불과 닷새 전이다. 물론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유 감독일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본 강등 전쟁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은 유 감독이 인천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유 감독이 정말로 그라운드에 돌아오는 건 또다른 문제다. 만에 하나, 시즌 도중 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되기라도 할 경우 인천이 맞닥뜨릴 후폭풍은 엄청나다. 사령탑을 또 교체해야 할 가능성도 있고, 아무리 유 감독의 복귀 의사가 강경했다고 한들 이를 선택한 건 구단인 만큼 책임 역시 면하기 어려워진다. 인천이 고심한 부분이다. 인천 관계자는 "주치의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호전된 것은 사실이나 감독직 수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감독님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복귀 의지를 불태운 유 감독의 책임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 리그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K리그도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이나 늦게 시즌을 시작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왜 축구가, 그리고 다른 스포츠가 멈췄는지 그리고 관중 없는 경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건강한 '유비' 유 감독을 더 오래 보고 싶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6.30 06:00
야구

각 구단 토종 에이스가 바뀌었다?!

2020 KBO 리그 각 팀 토종 에이스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다. NC는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재학과 구창모가 10승, 박진우가 9승을 올렸다. 올해로 프로 6년 차를 맞는 구창모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해 확 치고 나왔다. 28일까지 6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37로 부문 선두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SK는 지난해 5선발로 11승을 올린 문승원이 올해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다. 9차례 등판 가운데 6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고도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아 2승(3패)에 그치지만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기대를 모은 박종훈(3승3패, ERA 5.81) 보다 훨씬 좋다. 지난 25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8연패를 끊었다. 같은 날 더블헤더 1차전에서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졌고, 문승원은 "감독님이 쓰러지셔서 많이 놀랐다. 그래서 더 이기려고 했던 게 승리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4~5선발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는 팀도 있다. '현역 최다승 투수' KIA 양현종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팀 에이스로 군림했다. 이번 시즌 출발은 다소 안 좋다. 27일까지 5승 4패로 팀 내 다승 1위지만 평균자책점은 4.67로 높다. 4승3패를 거둔 임기영이 평균자책점은 2.91로 더 좋다. 양현종은 올해 10차례 등판 중 6실점과 8실점을 한 차례씩 했다. LG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차우찬이 올해 4승3패 평균자책점 4.98로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이민호와 정찬헌이 새롭게 등장했다. 둘은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에 열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총 4차례 선발 등판한 이민호가 2승2패 평균자책점 1.59를, 정찬헌이 4승1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 중이다. LG의 7연패 탈출도 정찬헌이 개인 첫 완봉승으로 일궈냈다. 롯데는 지난해 장시환이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6승으로 팀 내 최다승에 4.95의 평균자책점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장시환을 한화로 트레이드한 롯데는 올해 박세웅(2승4패, ERA 5.87)에게 토종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했으나, 서준원이 3승1패 평균자책점 3.88로 가장 좋다. 삼성은 지난해 팀 내 최다승, 최소 평균자책점, 최다 아닝 투구를 한 백정현을 대신해 올해 프로 2년 차 원태인이 4승2패 평균자책점 2.96으로 토종 에이스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미 프로 첫해 지난해 거둔 4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를 올린 이영하가 올 시즌 1승4패 평균자책점 6.29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 '꾸준함의 대명사' 유희관이 5승1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T는 김민(6승12패 ERA 4.96→2승3패 ERA 9.62) 대신 배제성이 3승2패 평균자책점 3.91로 가장 안정적이다. 키움은 최원태가 변함없이 토종 선발진 중 가장 좋은 모습이다. 다승·평균자책점·투구 이닝으로 살펴보면 팀별 토종 에이스의 변화가 꽤 많다. 최근 몇 년간 좋은 활약을 보인 베테랑이 다소 부진한 사이 젊은 투수가 대거 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시즌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편 한화는 지난해와 올 시즌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가 없는 '슬픈 현실'을 반복해 맞고 있다. 장시환과 김민우가 8차례씩 선발 등판해 1승4패 평균자책점 6.21, 5패 평균자책점 5.16으로 부진하다. 가장 최근 규정이닝을 달성한 국내 투수는 최근 SK로 트레이드된 2014년 이태양(당시 7승10패, ERA 5.29)이 마지막이다. 이형석 기자 2020.06.29 19:00
스포츠일반

'7연패 탈출' 흥국생명, 총력전으로 봄 배구 조준

지긋지긋했던 7연패에서 탈출해 분위기를 반전한 흥국생명이 봄 배구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흥국생명은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던 1월 14일 IBK기업은행전에서 3-0으로 이긴 뒤 한 달 넘게 승리가 없었다. 선두를 맹렬히 쫓던 흥국생명은 어느새 3위로 처졌고, 이제는 4위 KGC인삼공사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13일 GS칼텍스전에서 져 7연패를 당한 뒤에 "(2014년 사령탑에 오른 뒤) 이렇게 긴 연패는 처음이라 지금이 가장 힘든 것 같다"고 했다. 흥국생명으로선 다행히도 16일 한국도로공사전을 통해 7연패에서 탈출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1~2세트를 가볍게 따내 신승을 바랐으나 이후 연속 두 세트를 내줘 결국 5세트 승부까지 이어졌다. 7연패 도중 5세트 승부에서 4차례 패배가 포함되어있을 만큼 막판 승부에서 열세를 보였던 흥국생명이지만, 17일 경기에선 승리에 대한 절실함으로 연패를 탈출했다.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졌다면 심적으로 더욱 쫓길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현재 부상 선수가 많다. '에이스' 이재영이 무릎 부상으로 휴식기 이후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13일 GS칼텍와 경기에는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등록명 루시아)가 아킬레스 건염,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은 가벼운 무릎 통증으로 아예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 셋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훌쩍 넘는다. 선수들의 출전 의지가 강한 데다 출전을 강행할 경우 경기에 내보낼 수 있었으나 박미희 감독은 이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향후 남은 경기를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보였다. 박미희 감독은 "(선두 추격보다) 3위 수성이 먼저이지 아닐까 싶다"면서 "앞으로 총력전을 바란다"고 했다. 7연패를 탈출한 흥국생명의 다음 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상대가 최근 5연승을 달리며 무섭게 쫓아오는 KGC인삼공사여서다. 현재 3위 흥국생명과 4위 KGC인삼공사의 승점은 5점 차에 불과하다. 단순한 한 경기를 넘어 승리와 패배가 미치는 영향은 엄청 차이 난다.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양 팀 모두 승리가 절실하다. 그래서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부상 복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 감독은 "이재영도 준비를 시킬 것이다"고 했다. 이번 시즌 맞대결에선 2승2패를 기록 중인 양 팀은 한 차례씩 아픔을 주고받았다. 3라운드 맞대결에선 흥국생명이 4세트 10-20의 열세를 극복한 뒤 5세트마저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자 인삼공사는 4라운드 맞대결에서 1~2세트를 내줬으나 5세트까지 끌고 가 20-18로 승리했다. 5연승의 출발점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맞대결의 아픔을 되돌려주고, 봄 배구에 한 발짝 다가서길 희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0.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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